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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원우 / LEE Won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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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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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연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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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8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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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
특별전 1
시놉시스
말을 지운 말의 길에서 말의 시간을 기억해 본다. 아무나 타지 못했던 말, 권력과 폭력의 중심에 있어야 했던 초식동물, 운동과 노동의 경계에서 때로는 존재가 저항이 되기도, 체제가 되기도 하는 아이러니. 말 위가 아닌 말 아래의 사람들이 보낸 긴 시간. 말의 귀와 입을 빌려 감각해 본다. 흐릿하지만 넓은 시야, 멀고 가까운 지나가는 혼잣말들.
프로그램 노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청계천을 누비던 관광용 마차. 이 영화는 그 마차를 끌던 말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인간 사회에서 말이 지닌 효용과 그 운동성의 본질에 대한 사유로 시작된 영화는, 근대 국가 체계 내 ‘길’의 의미와 그 길에 허용된 교통수단의 존재 가치로 그 사유의 폭을 넓혀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동물과 인간의 신체를 움직이는 노동부터 모든 것이 사용가치와 최적화, 효율의 논리로 수렴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영화는 나아가 이러한 가치 체계 속에서 본연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말들의 운명을 조명한다. 이는 곧 인류 역사 속에서 기록되지 않은 채 존재를 지워온 여성들의 삶과 맞닿아, 잊혀진 생명들을 위한 애잔한 진혼제로 승화된다. 이랑의 ‘나는 삶을 살았습니다’라는 음악이 영화 전반을 아우르며 불교 사찰의 운판 소리마냥 관객의 사유를 이끈다. 이와 함께 흐르는 감독의 느리고 사색적인 내레이션은 마치 선승의 화두와도 같이 관객의 내면을 일깨운다. 미니멀리스틱한 영상 위로, 운판 소리와 화두에 이끌린 관객들의 사고가 깊이 스며들며 독특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황미요조)
감독 정보
이원우 / LEE Wonwoo
2006년부터 실험영화와 사적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다. 단편 <막>(2013)으로 서울독립영화제 독불장군상, <거울과 시계>(2010)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단편우수상, 공동연출작 <붕괴>(2017)로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 상을 수상했다. 개인사와 한국의 현대사가 얽혀진 장편 <옵티그래프>(2017)에 이어 미국과 한국의 공간과 시간에 대한 <그 곳, 날씨는>(2019)을 연출했다.
크레딧
- PRODUCER
- 문정현
- CINEMATOGRAPHY
- 이원우, 한송이, 이두나, 최연옥
- EDITOR
- 이원우, 한송이
- MUSIC
- 노래 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