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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 KIM Yeji
한국
2025
40분
폐막작, 비전과 풍경
여전히 농장동물은 식탁 위의 부산물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생추어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감정을 지닌 존재다. 햇볕 아래 낮잠을 즐기고, 진흙에서 몸을 비비며 행복을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가치관에 균열을 만든다. 구조와 보호, 입양과 모니터링의 딜레마 속에서 우리는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작은 발자국 – 카라 생추어리 다큐멘터리>는 카라 팜 생추어리의 동물들과 활동가들을 담는다. 농장동물들은 ‘생’이나 ‘삶’을 산다고 잘 생각되지 않고, 고기를 비롯해 인간을 위한 용도로, 언제 어디서나 인간의 필요에 따라 태어나고 죽을 수 있는 공장의 생산품처럼 여겨진다. 카라 팜 생추어리는 더 이상 인간을 위한 이용 목적이 부여되지 않고, 동물들이 존재 자체로 존중받으며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도록 만들어졌고 활동가 모두 그것을 지향한다. 그러나 영화는 종종 지향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이야기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담는다. 본격적이고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생추어리가 아니라 ‘미니’라는 겸양의 수식어를 붙이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 토로하고, 생추어리 밖 동물들에 대한 인식과 취급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향과 이상을 결코 마음에서 지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고민과 전망에 대한 서로의 이견, 활동가들 사이의 대화를 영화는 조용히 응시하며, 그 속에서 변화의 희망과 가능성을 찾는다. 달이에 대한 논쟁과 봄이의 나이듦에 대한 대화는 활동가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 속에서 이 활동을 어떻게 위치시키는지를 보여주며, 이를 담아내는 영화의 방식은 곧 변화와 희망에 대한 영화의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카라 활동가들로 꾸려지고 지속되어 온 서울동물영화제가 지향해 온 동물권을 가치의 중심에 두는 삶과 일상, 변화의 가능성, 영화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프로그래머 황미요조)
김예지 / KIM Yeji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영상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강아지 웬디를 만나며 삶의 기준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를 사랑한 후 그녀와 같은 털동물 그리고 털동물이 아닌 동물에게도 마음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그리하여 지금의 삶은 모두 웬디에게 사랑으로 빚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