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 수평적이고 비위계적인 카메라, 매개의 클로즈업과 촉각, 후각

<콜렉티브 모놀로그>의 제시카 사라 린런드 감독과 서울동물영화제가 서면과 오디오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대화에서는 <콜렉티브 모놀로그>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감독이 오랫동안 탐구해온 ‘동물을 포착하고 보존하는 매체로서의 사진과 영화’, 그리고 동물과 인간 사이의 시각을 넘어서는 감각과 정동, 동물원과 박물관이 공유해온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8회 서울동물영화제가 준비 중인 마스터 클래스 “탈인간중심적이고 상호연결적인 시네마토그래피와 사운드”(코리네 판 에허라트, 페트르 롬), 그리고 SAFF 토크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모두 행복합니다”와 교차하여 이 인터뷰를 읽는다면, 동물 촬영에 대한 교차적이고 다면적인 사유가 열릴 것입니다.
SAFF: 영화에 묘사된 아르헨티나의 동물원은 전통적인 동물원 모델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듯합니다. 저희 영화제에서 아르헨티나의 동물원 폐지를 다룬 <주포비아 Zoophobia>를 상영한 적이 있어, 이 작품과 의미 있는 연결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이 장소에 대해 어떻게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2016년,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은 동물권 운동가들 뿐 아니라, 동물과 노동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육사들의 시위로 인해 문을 닫았습니다. 그곳은 2019년에 다시 문을 열었고, 저는 어릴 적 방문했던 그 동물원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동물원의 건축 양식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제 이전 장편 영화 <멀리 있는 저것들은 다른 것을 닮았다 Those at a Distance Resemble Another>는 복제품과, 박물관학 및 생태학적 보존 사이의 연관성을 다루었는데, 이는 제 오랜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동물원에는 동물들의 원 서식지에 있던 건물을 복제한 건축물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힌두 사원에 살았죠. 물론 저희가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는 아프리카 코끼리들이 살고 있었지만요. 1880년대에 세워진 동물원의 이러한 건축 구조는 관람객을 교육하고 권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가 처음에 매료되었던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SAFF: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동물과 인간 사이의 정서적 친밀감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동물들은 관계 속에서 주체 또는 객체로 나타나지만, 결코 서사적 장치로 축소되거나 의인화되지 않습니다.
동물원과의 첫 연결고리는 영화에 등장하는 역사학자 마호 미갈레(Maho Migale)였습니다. 그녀와 함께 기록 보관소를 살펴보고 연구하는 동안 저는 동물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곳에서 사육사 중 한 명인 마카(Maca)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친구가 되었고, 결국 영화에서 가장 긴밀하게 협력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녀와 동물들의 관계는 제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특별했습니다. 이 영화는 마카와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카와 다른 사육사들이 등장하는 장면 속 모든 동물은 그들을 통해 매개된 것입니다. 저는 사육사 없이는 동물을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영상에는 항상 이러한 중개의 층위가 존재합니다. 물론 저는 사육사들과 그들이 동물과 맺는 관계를 촬영하는 것 자체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수평적이고 비위계적인 관점(horizontality and non-hierarchical view)으로 동물과 다른 존재들을 바라보는 것에 늘 흥미를 느껴왔습니다. 영화감독으로서 저는 어떤 면에서 사육사들이 동물과 맺는 관계를 재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카를 향한 저의 보살핌, 그리고 그녀를 통해 동물들을 향한 보살핌이 있죠. 제가 카메라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녀가 동물과 맺는 관계, 즉 보살핌과 친밀함, 그리고 가까움을 반영하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SAFF: 영화는 카메라의 존재감이 느껴지는 16mm 필름의 촉각적인 질감과, 동물들이 관찰당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병치합니다. 이러한 여러 시선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전반적인 시각 언어를 어떻게 형성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동물들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분명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핸드헬드 16mm 카메라의 근접 촬영에서뿐만 아니라, 감시 카메라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나무에 묶인 적외선 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있고, CCTV 카메라의 감시를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인식 방식이 우리와 다를 뿐입니다.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보는지 온전히 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감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시각 및 청각 채널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우리가 그들을 관찰하는 방식과 접근하는 근접성에는 여러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16mm 핸드헬드 카메라를 들고 동물과 함께 우리 안에 있고, 카메라는 제 어깨에, 원숭이는 마카의 어깨에 있다면, 이는 매우 다른 종류의 감각적 경험이 될 것입니다. 반면 적외선 카메라는 우리가 갖지 못한 ‘보는 방식’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적외선을 볼 수 없기에, 밤에 동물을 보기 위해서는 매개체로서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CCTV 영상도 마찬가지로, 우리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설치된 확장된 신체처럼 동물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넓은 파노라마로 보여주고, 24시간 내내 기록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방식 모두 명백한 감시의 방법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AFF: 감독님은 영화가 동물을 포착하고 재현해 온 역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해 오셨습니다. 이러한 영화사의 흐름이 감독님 자신의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저는 ‘자연(Nature)’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역사적으로 구성되었는지에 대해 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역사를 탐구하다 보면 19세기 자연주의자들과 동물 사진의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저는 현재 불을 이용해 밤에 동물을 촬영한 최초의 사진작가, 조지 쉬라스 3세(George Shiras III)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부터 저는 메리 필드(Mary Field)와 퍼시 스미스(Percy Smith)의 작업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은 1920년대와 30년대 영국에서 활동한 교육 영화 제작자로, <자연의 비밀 Secrets of Nature>이라는 10분짜리 단편 영화 시리즈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데이비드 애튼버러(David Attenborough)와 같이 더 널리 알려진 방송인들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의 1950년대 시리즈 <동물원 탐사 Zoo Quest>를 보면, 그가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를 직접 방문하여 살아있는 동물 표본들을 수집해 런던 동물원으로 데려오는 모습이 나옵니다. 당시 이러한 행위는 ‘보존’이라고 불렸습니다. 1800년대 인물들의 많은 작업이 ‘보존’이라 불렸던 것처럼 말이죠. 우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그 의미는 달라졌습니다. 이처럼 단어나 사실의 의미가 시대에 따라 변동하는 지점에 관심이 많습니다. 20세기 초에 확립되었지만 지금은 틀린 것으로 밝혀져 사라진 사실들이나, 역사적으로 변화해 온 시각 이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동물을 기록하고 채집해 온 역사, 그리고 물리적인 포획에서부터 사진 촬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추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촬영 역시 어떤 면에서는 한 존재를 물리적으로 추출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SAFF: 영화에서 동물들은 종종 전체 모습이 보이지만, 사육사들은 대개 손이나 얼굴 등 신체의 일부가 클로즈업되어 보입니다.
저는 감각에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분류하는 방식, 예를 들어 인간이 동물을 분류하는 방식은 주로 시각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시각은 분류 체계의 지배적인 감각이죠. 저는 이러한 분류 체계를 전복시키는 데 관심이 있고, 이를 위해 촉각이나 소리 같은 다른 감각들에 주목합니다. 촉각을 통해 저는 인간과 비인간 사이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도구, 그리고 여러 기관과 그 안에 사는 존재들 사이의 공간을 매개하는 것들의 클로즈업과 촉각성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영화 속 클로즈업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많이 비롯됩니다.
SAFF: 사운드스케이프가 인상적입니다. 직원들 간의 먼 대화, 사육사가 동물에게 조용히 건네는 말, 방문객에게 말하는 안내원의 목소리 등 인간의 말이 단편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영화는 주로 새, 곤충, 바람 소리 뿐 아니라 기계음과 교통 소음 같은 비언어적, 비인간적인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모두 현장에서 녹음된 소리인가요, 아니면 다른 형태의 사운드 디자인 작업이 포함되었나요?
오랫동안 저는 동시녹음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 영화들은 보통 소리와 이미지가 분리되어 있고, 사운드는 이미지와 별개로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동시녹음 사운드를 활용하되, 후반 작업에서 그 사운드를 이미지와 분리하여 사유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면서도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저는 10년 동안 사운드 디자이너 필립 샹피(Philippe Ciampi)와 함께 작업해왔는데, 우리는 사운드 구성과 그것이 이미지에 미칠 수 있는 힘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도시 안의 동물원과 자연보호구역에 있는 동물 구조 센터 사이의 대조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소리의 볼륨은 비슷할 수 있지만, 억압의 수준은 다를 수 있습니다. 동물원의 공사 소음과 들판의 매미 소리를 대조시키는 것이죠. 두 소리는 비슷한 볼륨 레벨을 가질 수 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며 우리를 포함한 동물들에게 다른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이 저희가 사운드 디자인 과정에서 많이 고심했던 부분입니다.

SAFF: 영화의 한 장면에서는 20세기 초 동물원장 클레멘테 오넬리(Clemente Onelli)가 묘사한 동물원의 냄새에 관한 글이 인용됩니다. 그 구절은 후각이 가장 압도적인 인상으로 남았던 동물 관련 공간의 기억을 강렬하게 불러일으켰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기존의 분류 체계와 그것을 다른 감각들을 통해 전복시키는 것에 흥미를 느낍니다. 냄새도 그중 하나입니다. 몇 년간 동물원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살면서 알게 된 이웃들은 동물원에 대한 가장 생생한 기억이 바로 냄새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동물 수가 줄어 예전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발코니에서 맡을 수 있었던 그 냄새 말입니다. 지역 주민들과 동물원에 대해 나눈 첫 대화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물원에서 분기별로 발행하던 신문 중 하나에서 클레멘테 오넬리의 글을 발견했을 때, 냄새를 통한 동물원 투어라는 발상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글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반드시 영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가장 잘 구현하는 방법은 역사학자 마호와 이야기하며, 방문객들과 함께 냄새를 통해 동물원을 둘러보는 일종의 투어를 영화 속에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SAFF: 영화는 동물원 내 인간과 동물의 현재 관계, 그리고 이를 지탱하는 노동 및 제도적 구조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감금의 공간으로서 동물원의 오랜 역사에도 주목합니다. 감독님의 작품에서 암시되듯이, 그 역사는 식민주의, 그리고 건축의 문제와도 얽혀 있습니다. 이러한 더 넓은 역사적, 정치적 틀 안에서 동물원이 어떻게 위치한다고 보시는지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제게 동물원은 박물관입니다. 매우 유사하게 기능하며 동일한 역사를 공유합니다. 어떤 민족들은 서구인들이 ‘오브제(object, 사물)’라고 부르는 것 안에 자신들의 조상들이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주체(subject)’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원 뿐만 아니라 박물관 안에도 살아있는 존재들이 있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저에게 그 둘의 관계는 역사적으로나 현재로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는 ‘반환(restitution)’과 ‘재야생화(rewilding)’라는 개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동물원을 박물관과 연결하고, 역사적으로뿐만 아니라 동시대적으로도 재야생화와 (문화재의) 본국 송환(repatriation)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동식물과 같은 존재들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박물관의 오브제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 사이의 연관성에 저는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콜렉티브 모놀로그>는 10월 31일 16:00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