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관객으로 남는 일, 쉽지 않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계속해주시면 좋겠어요. 현장이 바뀝니다.
모든 작품이 유일하듯 모든 영상 제작 현장도 각기 다르기 마련입니다. 매번 다른 사람들이 팀을 꾸리니까요. 이 ‘사람들’, 스태프들이 만들어가는 현장 분위기는 영상 출연 동물에게도 큰 영향을 줍니다. 그 현장에서 일하는 송민주 연출자와 서시온 촬영감독을 만나 조금씩 변화하는 제작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성 영상인 네트워크 프프프(fff, feminist filmmakers forever)의 멤버이기도 한 두 창작자는 동물 출연 영상에 대한 책임감으로 선뜻 자리에 나서 제작 현장에서 채식하기부터, 상업 현장과 독립 현장의 차이까지 생생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눠주었습니다.
송민주 연출님, 서시온 촬영감독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 분이 함께 대화 나누어 더 풍성한 자리가 될 것 같아요. 독자들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송민주 안녕하세요, 송민주입니다. 저는 OTT 플랫폼에서 제작하는 시리즈나, 상업 영화의 연출팀에서 지금은 미술담당 조감독으로 일하고 있어요. 워낙 이 주제에 관심이 있던 차에 인터뷰 제안을 받아 용기내어 왔습니다. 시온 님과는 프프프에서 단편영화 프로젝트를 하며 뵈었었어요.
서시온 저는 서시온이라고 합니다. 단편영화나 웹드라마, 상업 영상 등의 촬영, 색보정 일을 주로 하고있고, 드물게 연출도 하고있습니다. 저도 오늘 민주 님과 같은 마음으로 왔어요.
현장에서 ‘비건식’은 너무 어려워
두 분 모두 평소 동물권에 원래 관심이 있으셨나요?
송민주 2020년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계기가 있는데요. 어느 날 가족들이 다 같이 강원도로 여행을 갔어요. 수산시장에서 ‘킹크랩’을 먹자고 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갑자기 기괴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살아 움직이는 게를 수조에서 고르고, 그 게가 곧 우리가 먹을 음식이 되어 다시 돌아오고… 그 전엔 사실 별생각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동물권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고, 육식도 끊었어요. 그러다 종 간에 차별을 두는 게 좀 이상한 것 같아서 비건을 해본 적도 있고요. 요즘은 플렉시테리언입니다. 부끄럽지만 사실 좀 헐렁한 채식주의자에요. 늘 자기검열 하며 실천 중입니다.
서시온 저도 4년 정도 채식을 했어요. 제 경우엔 2019년 대만으로 교환학생 갔던 게 계기가 되었어요. 대만이 아시아 최초 동성혼 합법화 국가일 뿐 아니라 채식에 대해서도, 또 외국인에게도 친숙한 나라에요. 어느 식당에 가도 채식 메뉴가 있고, 어딜 가도 채식인이 있고요. 그게 너무 쉬운 일이니까 저도 채식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 3년여를 어찌어찌 버텨봤지만 유지하기는 힘들었어요. 그만큼 환경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만이 채식하기에도 좋은 나라군요.
서시온 어느 날인가 카페에 갔어요. 대만이 더운 나라잖아요. 그런데 가게에서 천장 실링팬을 안 돌리는 거에요. 그래서 좀 틀 수 없냐 물어보니까 까치가 근처에 집을 지었대요. 천장으로 스쳐 지나다니는데 부딪혀 다칠 수도 있으니 안 튼다는 거죠. 이게 대만의 기본 정서구나! 느꼈던 에피소드에요.
한국에서 채식이 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시온 촬영장은 스스로 식단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제작팀에서 골라주는 메뉴를 그대로 먹는 게 일반적이죠. 먼저 배려해 주지 않는 이상 내 메뉴만 따로 주문해달라 요구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사람들과 일을 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프프프에서 단편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채식 수요를 물어주신 피디님께 참 감사했어요. 이렇게까지 채식인이 많은 현장도 처음이었고요.
송민주 정말 너무 좋았죠. 한 사람 한 사람 자기 식사 고려할 점 다 적어놓고 메뉴를 고를 수 있게 했거든요. 현장은 어쩔 수 없이 단체생활이에요. 개개인을 존중하기 힘든 환경이죠. 그래도 식사 자리에서 술을 못 마신다든가 하는 건 기호로 이해해 주는데 채식은 그게 안 되더라고요. 부정적인 반응을 자꾸 보니까 저도 그냥 오늘 기름진 게 안 당긴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넘어가게 되기도 해요.
촬영 현장에서 채식 식단을 고를 수 있다는 게 굉장히 흔치 않은 일인가 봐요. 말씀 주신대로 두 분 다 ‘여성 영상인 네트워크 프프프’(이하 ‘프프프’)의 멤버이기도 하신데,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나요?
서시온 저는 사실 안 지는 되게 오래됐거든요. 그때는 학생 신분이기도 했고, 여성 영상인 네트워크에 대한 필요성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나서 일하고 하면서 프리랜서 여성들이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고, 조언도 얻고 싶고, 동료도 필요해저서 지원을 처음 했죠.
송민주 ‘현업 종사자’들의 네트워크라는 게 중요해서, 영상 제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 되어있어요. 활동비로 협업 프로젝트 같은 것도 하는데, 저희가 말한 현장이 그 프로젝트에요.
최소한만 지키는 상업 현장, 자원이 부족한 독립 현장
두 분이 하시는 일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촬영감독은 어떤 역할인가요?
서시온 저는 일단 영상 프리랜서라고 말하기도 해요. 대체로 단편 영화 촬영을 하지만 웹 드라마 촬영과 연출을 한 적도 있고요.
촬영감독의 역할은 말 그대로 촬영, 영상 전반을 고민하는 거예요. 프리(pre-production; 사전 제작 단계, 촬영 전 준비 단계를 총칭한다) 단계에서는 일단 시나리오를 받아서 그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상화가 되어야 설득력이 있을지 기술적으로 고민하고, 감독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을 해요.
현장에 들어가면 촬영에 사용되는 장비들을 책임지고 운용하고 그에 필요한 인력들도 데리고 와서 관리를 하죠. 마지막에 편집본이 나오고 나서는 그 아웃풋 색감이나 이런 것까지도 논의하고요.
단순히 카메라 촬영이 아니라 영상화 과정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이군요. 송민주 연출님은 연출팀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송민주 저는 상업 영화 연출팀이에요. 연출팀은 총괄 연출자, 그러니까 감독 직속 산하 팀이에요.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각색이나 표현의 디테일에 대해서도 토의하고,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이 연출자의 의도대로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하는 부서기도 하죠.
동시에 전체 현장의 관제탑 역할도 해요. 상업 영화에는 수많은 팀이 있거든요. 미술팀, 조명팀, 촬영팀, 소품팀 등 많은데 연출팀은 각 파트의 조감독이 모여있다고 보시면 되어요. 저는 지금 참여 중인 작품에서는 미술 조감독을 하고 있어요.
상업 현장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게 어떤 현장일까요? 비상업 현장하고는 뭐가 다른가요?
송민주 음, 흔히 상업과 독립으로 구분하는데 규모가 다르죠. 제가 참여하는 작품들은 다 많은 투자를 받고, 나중에 OTT 플랫폼, 대기업 체인 극장들에 걸리고 수익률이 중요해요. 그만큼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리스크에도 민감하고요. 아무래도 감독과 제작사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서시온 제가 말하는 현장은 거의 독립이고 단편 영화다 보니 규모가 작아요. 저도 촬영 감독으로, 즉, 헤드로 가고요. 칼같이 구분되는 건 아니고 웹 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규모가 작은 상업 현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규모의 차이가 촬영 현장 동물들의 처우에도 차이를 가져올까요?
송민주 아무래도 상업 현장 같은 경우에는 최소한의 법을 지키는 건 하는 것 같아요. 동물을 데려올 때도 알음알음 데려오는 건 아니고 제작팀에서 동물 배우 전문 업체에 연락해서 섭외하죠. 촬영하는 동안 담당자도 같이 있고요.
그런데 보통 동물이 나오는 이유는 스토리보다는 시각적 연출 때문에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미술팀으로 현장에서 동물을 담당한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때 의문이 들죠. 동물이 미술 소품인가? 실제로 배우팀이 동물을 담당한 현장도 있었는데, 그편이 맞는 것 같아요.
서시온 작은 현장 같은 경우는 모 아니면 도인 것 같아요. 스태프들끼리 스스로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동물권 인식이 없는 현장이라면 최악의 상황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원이 부족할뿐더러 가이드라인이나 규제도 명확히 없으니까요. 감수성이 있는 스태프들이 모여도 촬영본이 일 순위가 되는 현장에서 동물을 성공적으로 돌보는 경우는 거의 본 적 없었기 때문에 저는 가능한 동물이 출연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제작 현장에서 동물과 함께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세요?
송민주 동물들을 꼭 출연시켜야 할까? 스태프들끼리 이야기 나눠본 적이 있어요. 저는 단지 예쁜 그림을 위해 배경용으로 열대어를 준비해야 했던 적이 있는데, 저 역시 연출을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하는 거니까 연출적으로 왜 감독이 그걸 원하는지 이해는 가지만, 그렇게 미적으로 동물을 소비하는 건 싫었어요. 고양이나 강아지는 그래도 업체가 있는데, 열대어 친구들은 저희가 구매해 오는 방법뿐이 없는 거예요. 수조에 산소 관리 같은 게 중요한데, 촬영 현장은 보통 공기도 안 좋거든요. 조명도 뜨겁고요.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한 마리씩 죽어가는데 저는 촬영 내내 그거 밖에 안 보였어요. 너무 마음이 불편했고, 살아남은 친구들도 스태프들에게 입양 보내느라 어려웠어요. 버린다는 건 너무 말도 안 되는 거고요.
연출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말이 안되는 일도 해야 하는 게 정말 힘들 것 같아요. 우문이겠지만 어떻게 대안을 찾을 수는 없는 걸까요?
송민주 저는 그래서 사전 제작 단계가 촬영 현장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출팀으로 사명감을 갖고 기획 단계에서 수정해야 할 건 다 얘기하려고 하죠. 예컨대 여성 캐릭터를 너무 소비적으로 쓴다든가, 환경 측면에서 비판 받을만한 장면이라든가. 그런 걸 제가 높으신 분들께 이야기하는 건 솔직히 선을 넘는 거기는 한데, 적어도 ‘연출팀’ 회의에서는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이 장면에 물고기 정말 필요한 거냐, 불필요한 죽음을 막을 수는 없냐, 요즘 시청자들은 다 보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사실 감독이 너무 원하면 대체로 이루어지는 게 현장이지만요.
그런 이야기를 꺼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운이 나네요. 서시온 감독님께선 촬영 스태프로서 동물과 함께한 경험이 있으실까요?
서시온 사실 전 이 문제에서 촬영감독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작년에 했던 경험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같이 작업을 하게 된 감독님이 주연배우가 임시 보호하고 있던 강아지를 출연시키고 싶다 제안하셨어요. 강아지가 꼭 있어야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출연한다면 이야기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인력도 예산도 부족한 상황 속 동물 출연은 되도록 배제해야할 리스크라고 생각했어요. 바쁜 현장에서 케어가 잘 될지도 염려되었고요. 하지만 감독님이 설득해서 강아지가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 두 가지로 시나리오와 콘티를 준비해 현장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세상에 그런 명연기견이 따로 없었어요.(웃음) 콘티에 그려진 위치에 쏙쏙 들어와 연기하는 모습에 모두가 감탄했죠. 좁은 아파트에서 주로 촬영한 지라 임보자였던 주연배우와 자주 산책하러 나갔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 후 임보자였던 주연배우가 결국 강아지를 입양 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지금까지 본 동물 출연 사례 중 가장 좋은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 준비하면서 그때를 다시 돌이켜보면, 저희는 운이 좋게도 명연기를 하는 강아지를 만나게 된 케이스였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더라도 동물의 컨디션을 우선으로 두고 맞추자는 분위기가 스태프들 사이에 있었던 게 중요한 지점이지 않았나 싶어요. 동물촬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법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과, 이들이 함께 만드는 현장 분위기 자체가 너무 중요한 거 같단 생각을 했어요. 저도 그중 한 명이 될 수 있는 거고요.
영상 창작자들이 책임감을 잊지 않길
카라에서 2020년에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했어요. 주로 촬영 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는데, 촬영 전 프리 단계의 가이드라인도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전 단계에서 동물을 소품으로 찍는 결정 자체를 내리지 않게끔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송민주 연출팀은 시나리오를 거의 외울 지경으로 많이 봐요. 시나리오 속 장면 연출을 위한 리서치나 이런 걸 엄청나게 미리 해두기 때문에. 그때 범법적인 장면은 제작팀에서 빼라고 하거든요. 물론 그러기에는 살인하는 영화가 너무 많기는 한데… (일동 허탈한 웃음) 음주 장면이나 흡연 장면에 방송사나 사람들이 민감하단 이유로 빼기도 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동물에 대한 장면도 영화진흥위원회나, 제작사 같은 곳을 통하면 좀 현장에 개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서시온 독립 현장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으려면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거든요. 동물권에 관해서도 이런 최소한의 조건을 두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송민주 좋은 생각 같아요. 겉치레 같아도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니까요.
앞서 인터뷰한 복운석 감독님도 그런 교육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근데 연출자들이 동물 출연 장면에 욕심을 내는 이유가 보통 어떤 건가요? 결국 그들이 바뀌어야 하니까요.
서시온 저는 그건 당연한 것 같은 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 동물들이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거든요. 작품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다만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 나오는지가 중요한 것 같긴해요. 아까 말씀드렸던 강아지가 나오는 단편의 경우 이 강아지가 유기견이었다가 두 주인공의 친구가 되는 역할이었거든요. 그런데 많은 경우 또 그저 대상화된 객체로만 나오기도 하잖아요. 어떤 캐릭터의 잔혹성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에게 폭력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든지. 장면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재현 방식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것 같아요.
송민주 사실 동물이 중요하게 나오는 작품보다, 동물이 ‘그냥’ 나오는 작품이 더 위험한 것 같긴 해요. 동물에 대한 영화를 찍는다는 건 평소 그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일 것 같은데 콘텐츠에서는 그냥 미술 소품으로 소모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결국 동물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위치냐와 연결되는, 어려운 문제네요. 동물을 소품 취급하는 무의미한 촬영만이라도 좀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송민주 사실 그래서 시청자 모니터링 활동이 중요한 거 같아요. 저는 시나리오 읽으면서 실제로 그렇게 말해요. 이렇게 찍으면 나중에 카라한테 질문 왔을 때 뭐라고 답변하실 거냐고. 요즘 관객들 다 보고 있다. 우리 작품 카라 인스타에 동물 학대 작품으로 박제시킬 거냐.
우와 그런 얘기를 하면 받아들여지나요?
송민주 사실 감독님한테 이렇게 강경하게 말 못 하죠. 연출팀 회의 같은 데서 이야기해서 바뀔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이런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서 카라 동모본 활동에 대해 묘하게 유대감 같은 것도 느끼는 것 같아요 (웃음)
서시온 얼마 전에 청소년 배우들과 작업해야 했는데, 그때 어린이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하신 윤가은 감독님 가이드라인을 참고했거든요. 그게 영화 하는 분들 사이에 꽤 알려져 있어요. 이런 사례 하나가 크게 생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송민주 확실히 영향력 있는 사람이 좀 크게 목소리 내는 게 효과적이긴 할 것 같아요. 사실 감독이 선언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리고 꼭 하고 싶었던 얘긴데 미디어 창작자들은 누구나 책임이 있다는 걸 제발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다들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저 자신도 자꾸 잊거든요. 누구나 볼 수 있는 걸 만드는 거잖아요. 그게 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영향력을 생각하고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씩 나아져가는 현장
현장에서 이렇게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스태프분들이 계신다는 생각에 든든해지기도 하네요. 앞으로 작품 크레딧을 더 주의 기울여 보게 될 것 같아요. 동물을 존중하는 시청자, 관객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서시온 저는 이번에 고민하면서 진짜 문화가 바뀌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이 보고 나서 이거 문제 있는 거 아니냐 이야기하고, 스태프들도 현장에서 조심하자고 말하고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동모본 자체가 의미있어요. 관객으로서 계속 불편해하는 거, 그걸 계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 아는데, 그래도 계속해서 문화를 바꾸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현장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송민주 저도 목소리 계속 내주시고, 불편한 티를 많이 내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야 창작자들에게 인지가 될 것 같아요. 저도 동물권에 관심을 두고 이 업계에 종사하면서 힘이 닿는 한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좋아질 거라고 희망적으로 생각해요. 세대교체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도 매년 달라지는 걸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엔 나만 불편했는데, 이제는 같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기 획 | 동물권행동 카라, 오늘의풍경
에디터 | 백희원
디자인 | 신인아, 김헵시바
사 진 | 임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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