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동물이든 기본적으로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지 않아요.

왕민철 영화감독/서울동물영화제 집행위원

사람이든 동물이든 기본적으로 일상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르지 않아요.


왕민철 감독의 다큐멘터리에서는 고통받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동물원에 갇혀있는 야생 동물, 수술대에 누워있는 삵. 그리고 그 옆에는 어김없이 우리 인간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동물, 원⟩에 등장하는 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들, 동물을 치료하는 한편 종 보존을 위해 수술대에 뉘는 수의사들, 동물을 구경 온 관람객들처럼요. 영화는 인간 때문에 야생으로는 돌아갈 수는 없는 야생 동물들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나은 선택은 무엇일지 질문합니다. ⟨생츄어리⟩에서 그 답을 모색해 보는 과정을 다시 또 지켜본 왕민철 감독과 동물과 사람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그리고 영화 밖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인터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 만들고 있는 왕민철입니다.

⟨동물, 원⟩ ⟨생츄어리⟩와 같이 인간으로 인해 인공적인 환경에 놓여진 야생동물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작업을 꾸준히 해오셨어요. 동물과 관련된 인터뷰 제안을 많이 받으실 것 같은데, 오늘 자리는 어떤 마음으로 선뜻 응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제안주셨을 때 당연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하지만 저는 영화를 찍는 사람이지 사실 동물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이런 자리에 대해 부담이 있기는 해요. 제 작품들에 대해서도 저 스스로는 동물 다큐멘터리라기보단 ‘동물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았던 동물들의 죽음

동물에 대한 관심이 우선했던 건 아닌데 “동물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동물, 원⟩은 청주 시립미술관으로부터 제안받은 프로젝트를 계기로 찍게 되었어요. 청주에 있는 공간 중 하나를 골라 기록해야 했는데 저는 그때 청주 동물원을 찍겠노라고 했죠. 처음엔 건축적인 접근이었어요. 청주 동물원이 97년 문을 열었는데 2015년까지 외부 환경 공사가 안 되어 있었으니, 그야말로 전시만을 위해 만든 동물원의 옛 모습 그대로 계속 유지되어 있었던 거죠. 그 시대착오적인 느낌과 동물들이 벽에 비비거나 하며 만들어진 질감들, 이런 게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그런데 작업 하며 사람들도 인터뷰 하다보니까 단편으로만 찍을 주제는 아니다 싶더군요.

어떤 점에서 단편 이상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느끼셨어요?

일단 의외의 발견이 있었어요. 그전까지 막연히 동물원은 동물들을 가둬 놓은 부정적인 장소,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가서 보니까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거기서 일하는 분들은 그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고, 동물원이라는 공간 자체는 이 사회의 구조 속에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던 거죠. 동물을 구경하러 가고 싶다는 관람객의 욕구, 그런 수요에 맞춰서만 동물원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자체 등 복잡한 문제가 보이더군요. 그때 제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김정호 수의사를 처음으로 인터뷰했는데, 그분이 곧장 하는 얘기가 자기는 진짜 동물원이 싫다는 거예요. 동물들 다 풀어주고 싶다고.

다큐멘터리 ⟨동물, 원⟩의 한 장면


동물원 너무 싫어하는 분이 동물원에서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거네요.

네, ⟨동물, 원⟩을 찍으며 동물원에 대해 잘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알게 되었고, 제가 알게 된 걸 관객들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동물, 원⟩이라는 작품은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에요. 일반적으로 동물원이라고 하면 유원지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겉으로는 밝게 갔죠. 하지만 동물원에서 촬영하면서 보면 사실 동물원이란 곳이 동물이 굉장히 많이 죽어요. 당연하지만 우리는 그걸 잘 모르죠. 얘기를 잘 하지 않으니까. 그 밝음과 어두움을 함께 담는 게 어려웠어요.

작품에서 호랑이가 나이 들어 죽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때 동물원에서 잘 가라고 빈 우리 앞에 추도문을 붙였어요. 그게 아마 국내 동물원에서 굉장히 드문 일일 거예요. 그만큼 동물의 죽음에 대해선 이야기를 잘 안 하죠. 뭔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사실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죽음을 맞이 하는 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죠. 오히려 죽음을 숨기기 때문에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 하는 동물이 더 많은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동물의 안락사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어요. 해외에서는 이에 관련해 공론화된 이슈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국내에는 아예 얘기 자체가 없어서 논의는 필요하지 않나. 동물원들이 안락사라는 걸 아예 안 해요. 죽음은 부담스러우니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상업 동물원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공공 동물원은 동물이 고통받을 때 수의사가 나서서 안락사할 여력이 없어요. 게다가 지자체 수의사들은 순환 근무제거든요. 시청 방역과에서 살처분하다가 또 갑자기 동물원에 배치되어 동물 돌보는 일 하는 거예요. 이런저런 문제들이 겹쳐서 동물원에서 노령 동물들이 굉장히 많이 방치되고 있어요. 그런 여건에서 최태규 수의사가 청주 동물원에 와서 안락사에 대해 굉장히 활발하게 이야기가 되었죠. 반발도 엄청나게 심하게 일어났습니다. 왜냐하면 키우는 사람들은 또 안 죽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서 오랫동안 동물들을 돌봐온 거거든요. 어려운 문제죠.

어려운 문제네요. 관객들이나 활동가들의 피드백도 있었나요? 어떤 이슈들이 이야기되는지요?

이 작품들을 보러 오시는 분들은 굉장히 한정되어 있어요. 국내에 야생 동물을 다루는 영화 자체가 아예 없으니까요. 관객분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어요. 안타까운 마음이겠죠. 안락사 이야기를 할 때 반려동물을 떠올린다던가요.

저는 청주동물원을 통해서 동물원이 생츄어리로, 동물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메시지 정도는 제안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럼 안락사가 정말 윤리적으로 옳은 판단인가? 동물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인간이 고통을 얼마나 경감시켜 주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요. 그건 영화가 답을 제시할 수 없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논의라고 생각해요. 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안락사에 대해서도요.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군요.

조금 다른 맥락의 이야기지만 저는 동물의 안위를 걱정하는 분들이 대체로 인간적인 관점에서 감정적으로 판단하시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해요. 동물이 과연 즐거운지, 불편한지 그런 게 인간적 판단과 기준 아닌가 하는 거죠. 그런 부분이 안락사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기조차 어렵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있어요. 제가 너무 감정을 배제하려는 성향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촬영

다큐멘터리 ⟨생츄어리⟩ 포스터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에 현실의 복잡함을 담아내는 동물 출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창작자 인터뷰의 목적이 미디어 제작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자는 것이기도 한데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기획부터 촬영, 제작 과정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앞서 다른 창작자분들 말씀을 들어보니 현장이 어떤 자본으로 돌아가는지에 따라서도 동물들의 처지가 달라지더라고요.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도 ‘상업’과 ‘독립’의 구분이 있어요. 굉장히 상업적인 다큐멘터리의 경우엔 극영화와 비슷하게 동물을 소품으로 인식할 수 있겠죠. 그냥 배경이나 화면 전환을 위한 장면으로 찍는다던가.

제가 있는 작업 현장은 기본적으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고 자본에서 조금은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죠. 상업이라 볼 수 있는 영화들은 많은 인력이 동원되어야 하고, 거기에 누가 붙어야 하는지가 정해져 있어요. 상업현장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도 기획이 탄탄하게 들어가고, 시나리오에 가까운 구성안들이 나오고, 효율성이 다른 것들보다 먼저 추구될 수 있죠.

그런데 독립 다큐멘터리는 자본은 없지만 대신 시간은 좀 더 있죠. 그래서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일을 해요. 동물에 대한 윤리적 고민도 그런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극 영화에 동물이 출연할 때는 이런저런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다큐멘터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동물을 촬영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하셨던 점이라든가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동물 찍을 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을 이전에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잘 와닿지 않았던 게 사실 사람을 찍으면서 고려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청주 동물원에 있다 보면 각종 촬영팀이 참 많이 와요. 어린이날이면 어린이날이라고 오고, 새끼 동물이 태어나면 또 지역 뉴스로 오고, 가끔 사육사 직업 경험도 촬영해 가고. 보통 하루 날 잡고 와서 급하게 찍고 가죠. 필요한 컷을 따야 하니까 인위적으로 연출하기도 해요. 놀라운 요구도 많이 합니다. 저는 작품에서 필요한 장면을 미리 정해두고 연출하는 접근은 하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현장의 일상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같은 접근으로 방해하지 않고 찍으려 했기 때문에 특별히 동물에 대해서 다르게 어려운 점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예컨대 ⟨동물, 원⟩이란 영화를 찍을 때는 사람도 동물도 굉장히 거리감 있게 찍었어요. 저기서 청소 일하고 계시면 가까이 다가가기보다는 멀리서 보는 거죠. 거리감 있게 찍으면 생각보다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아요. 그렇게 점점 촬영에 익숙해지고, 저는 그런 자연스러운 장면을 담으려고 해요. 동물도 마찬가지예요. 고양이과 동물들은 카메라 가져다 두면 낯설어서 처음엔 하악질을 해요. 또 어떤 동물들은 호기심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그런 특성들에 맞게 찍었죠.

자연스러운 일상을 포착하려면 저도 현장에 오래 머물면서 거기서 일하는 분들의 하루 일과, 동물들의 일상 루틴 같은 걸 알아가고, 적절한 때 적절한 곳에 촬영하러 가 있는 감을 익히는 시간이 필요해요. 서로 익숙해지는 게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죠.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한국 다큐멘터리 작품들은 특히 사람을 찍을 때 인물과의 거리감이 굉장히 좁게 느껴져요. 그 인물에 이입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액티비스트적 전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건 제 작품의 성격에 따른 경험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가이드라인 너머의 질문들

아 다큐멘터리는 극 영화와 달리 연출이라는 게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군요.

저는 극 영화나 다큐멘터리나 그런 측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다큐멘터리는 직접적으로 현장을 조작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둘 다 본질적으로는 이야기잖아요. 이야기에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고요. 다만 그런 고민을 하죠. 당위성이나 목적의 측면에서 부합하면 어느 정도의 인위적인 연출도 괜찮은가? 예컨대 철새 도래지 파괴 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 다큐멘터리를 공중파 채널에 방영해서 대중에게 문제의식을 전함으로써 그 도래지를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자 하고 있어요. 그 촬영 현장에서 철새들에게 돌을 던져서 한순간 날아오르는 인상적인 장면을 찍으려 한다고 하면 그걸 무조건 비판할 수 있을까요? 그 창작자는 더 많은 철새를 지키려면 지금 눈앞의 철새에게 돌을 던져서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을 포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어요. 가이드라인을 어기더라도 이편이 동물 전체를 위한다는 논리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 사실 가이드라인적 접근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이런 이유로 납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위와 같이 다큐멘터리가 어떤 목적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아요. 그건 프로파간다죠. 하지만 열어놓고 토론하는 과정은 필요하리라는 거죠. 그런 것 없이 곧장 가이드라인이라는 제약만 제시할 때는 현장이 납득하지 못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카라에서도 2020년에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담아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창작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가이드라인의 한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저는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해요. 영상 제작 현장은 사실 스태프들에게도 가혹한 경우가 많거든요. 가이드라인 없이는 동물들도 보호받기 힘들 것 같아요.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인식, 현장의 인식들이 아직 그에도 못 미치는 것 같고요.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고 일괄적으로 배포한다면 효과가 떨어질 것 같아요. 특히 토론 없이 윤리적인 잣대를 가져다 대는 방식으로 다가오면 역으로 거부감이 생길 수도 있지요.

다만 영화 현장 스태프들이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이수해야 하듯이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도 보편화하는 방식이 있을 듯 해요. 다만 그 교육이 예비군 훈련처럼 관성화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겠죠.

또 하나 생각 나는 건, 예컨대 탐조 목적으로 촬영하는 아마추어분들 중에는 새를 더 잘 찍는 것에만 너무 치중해서 둥지 주변의 가지를 정리해서 둥지를 노출시킨다든가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산업 안에서 창작 활동을 한다고 하면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런 분들까지 변화하려면 결국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대체로 그런 분들이 연세가 좀 있으세요. 그래서 세대 간 대화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은지 하는 생각도 해요.

여러 측면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관객들이 변화를 촉구하는 방식이라면 창작자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겠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창작자의 윤리를 두고 논쟁적인 토론을 해나간다든지요.

두 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했던 제가 경험한 윤리적인 고민은 이런 거예요. ⟨동물, 원⟩에서 김정호 수의사가 인공수정으로 ‘삵’의 대를 잇는 연구를 해요. 청주 동물원이 국가적으로 야생동물 보존 공간으로 지정되면서 그런 연구를 할 수 있게 지원을 받는 거죠. 국내에 스라소니도 멸종되고 고양이과 맹수 중에 마지막 남은 게 삵이에요. 인공수정을 해서 종 보존에 기여하고, 멸종 동물들도 복원하겠다는 어떤 사회적 대명제가 있는 거죠. 하지만 실제 인공수정에 이용되는 한 개체는 그로 인해 굉장히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하거든요. 그러면 전체 종의 관점으로 봤을 때 이 정도 희생은 감수해도 되는 걸까요?

아마 과학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할 거예요. 하지만 동물에 감정적 공감대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은 옳지 않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고 봐요. 이런 건 어느 선까지 지켜야 하는 것인지 따지고 보다 보면, 아까 들었던 예시처럼 철새 도래지를 지키기 위한 다큐에서 철새들을 일부러 날리는 행위 같은 것도 어떤 면에선 합리화될 수도 있지 않나요? 너무 넓은 얘기기는 하지만, 이런 걸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대화할 수 있기를


말씀을 듣다 보니 대화와 토론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가이드라인이 나오게 된 배경도 ‘현장에서 동물을 소품처럼 이용한다’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이잖아요. 누가 특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짐작해 보자면 결국 나이 든 세대일 것 같거든요. 현장에 60대부터 20대까지 굉장히 다양한 세대가 있을텐데 각기 동물에 대한 인식차가 무척 클 거에요. 그래서 갈등도 많겠고요. 근데 이들이 작품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일해야 하잖아요. 그 많은 사람들이 급박한 시간 안에 동물을 대하는데, 일단은 결정권자들, 현장을 책임지고 지휘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사실 가장 중요한 변화의 초점이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스태프는 일이 주어지면 무조건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결국 결정권자들, 앞선 세대의 인식을 바꾸는 접근이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하다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에서 말씀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웃음)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건 ‘서울동물영화제’가 다양한 토론의 장이 되면 좋겠어요. 보통은 영화 상영 후 GV(guest visit, 영화 상영 후 창작자와 관객과의 대화 자리)를 많이 하는데요 꼭 그런 형식이어야 할 필요 있나 싶기도 해요. 제 작품을 재작년 서울동물영화제에서 틀었는데, 대체로 분위기 좋고 훈훈했어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니까요. 하지만 좀 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 사회 자체가 너무 양극화 되어서 토론이 불가능하잖아요. 동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너무 감정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환경 같아요. 그래도 사회구성원들이고 공존해야 하는 건데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좀 나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 획 | 동물권행동 카라, 오늘의풍경
에디터 | 백희원
디자인 | 신인아, 김헵시바
사 진 | 임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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